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미국? No, 덴마크랍니다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미국? No, 덴마크랍니다
  • 데일리타임즈 정지현기자
  • 승인 2019.11.04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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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일상을 어떻게 채워볼까? 다양성은 선택의 기쁨을 줄 수도 있지만 이른바 선택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더없이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노란가방이 제안하는 아트&컬처 버킷리스트 중 끌리는 아이템이 있다면 ‘나의 버킷리스트’에 추가하여 하나씩 하나씩 즐기기를!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은 한국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이 가기 힘든 곳이다. 무엇보다 길지 않은 휴가 기간 동안 북유럽행을 선택하기 쉽지 않고, 설혹 양쪽 주말을 붙여 9일간의 휴가를 얻은 경우라 할지라도 다른 지역에 밀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뉴욕, 파리, 런던 등이 손짓하는데 그 손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그곳에도 세계적인 미술관은 즐비한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언제고 가 볼만한 곳이다.

루이즈, 루이즈 그리고 루이즈
미술관 이름을 들으면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먼저 떠오를지 모르겠다. 루이지애나라는 명칭은 미술관 일대 토지를 소유했던 귀족(Alexander Brun, 1814-1893)의 부인 세 명이 모두 ‘루이즈(Louise)’라는 이름을 가진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자신의 영토 내 저택을 아내들의 이름을 따 ‘루이지애나’라고 칭했는데, 이후 그곳을 매입해 현재의 미술관을 일구어 낸 사업가 크누드 옌센(Knud W. Jensen)이 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술관 입구 전경. / 사진=루이애지나 현대미술관

담쟁이덩굴로 덮인 2층 집 외관은 정취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그 모습만으로는 이면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선 후 마주하는 내부와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잔디 공원과 바다 풍광은 단박에 ‘심쿵’하게 만든다. 차별화된 큐레이션으로 유명 작가의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전시 공간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면, 게임 아웃인 것이다.
1958년 개관한 이래 미술관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기까지 3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물론 이후에도 공간의 진화는 끊임없이 미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건축은 이탈리아의 두오모 성당처럼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진 않는다. 그보다는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아 곳곳이 조화를 이룬 잘 지은 고급 주택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만드는 편안한 공간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자코메티 갤러리. / 사진=루이애지나 현대미술관

볼 만한 작품이 있어야 좋은 미술관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은 자코메티 갤러리이다. 북쪽 윙 맨 끝에 자리한 자코메티 갤러리는 긴 유리창 너머로 호수 정원이 보이는 아담한 공간. 대표작인 ‘걷는 사람(Walking Man)’을 비롯해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작품이 놓여있는 이곳은 그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그에 관해 어느 정도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실존주의를 고민한 화가로 사르트르와도 친분이 두터웠던 만큼 자코메티가 추구한 작품 세계는 다소 심오하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Final Portrait)'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작가 제임스 로드가 초상화 모델 제안을 받고 그와 함께 한 18일간의 이야기를 쓴 '작업실의 자코메티'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자코메티의 캐릭터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 모습. / 사진=루이애지나 현대미술관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기획전은 놓치기 아까운 전시들의 향연이다. 루이즈 부르주아, 윌리엄 켄트리지, 피터 도이그, 울라퍼 엘리아슨, 쿠사마 야요이 등 이곳에서 개인전을 치른 작가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터. 현재 마스던 하틀리(Marsden Hartley, 1877~1943)와 건축가 타티아나 빌바오(Tatiana Bilbao, 1972~) 등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과 전시장을 잇는 유리 통로. 사진=루이애지나 현대미술관

미술 작품과 공간의 끊임없는 합주
미술관은 본관을 중심으로 분관들이 연결된 형태인데, 건물과 건물을 잇는 유리 복도는 실내와 실외를 단절시키지 않는 역할을 한다. 전시관을 옮겨갈 때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과 발트해로 이어지는 외레순드 해협은 작품과 자연의 변주가 이어지는 순환 고리 같다. 문득 바깥 공기와 바람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문을 열고 나가면 그만. 그대로 발길이 가는 대로 공원을 산책해도 좋고 미술관 카페에 들러서 잠시 쉬어도 좋다.

카페에서 바라 본 칼더 테라스 모습. / 사진=루이애지나 현대미술관

사실 외레순드 해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루이지애나 카페는 덴마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곳이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작품이 놓인 칼더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순간을 놓치지 말기를. 평생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식사를 해야 한다면 제철 식재료로 만든 데니시 퀴진을 제공하는 카페 뷔페도 이용해 볼 만하다.

리처드 세라의 'The Gate in the Gorge'. / 사진=루이애지나 현대미술관

해협과 미술관 사이에 넓게 펼쳐진 공원은 미술관 건물이 주변의 풍경과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놓인 조각품은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술품을 바라보고 감상하게 한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작품 4,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공원에는 60개 정도의 조각품이 있다. 어떤 작품은 쉽게 눈에 띄지만 일부 작품은 자연 속에 무심히 놓여 있어서 자칫 놓칠 수도 있다. 그중 압권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9~)의 ‘The Gate in the Gorge’. 그냥 철문인가 싶지만 작품이라는 사실. 드넓게 펼쳐진 공원은 헨리 무어, 막스 에른스트, 조엘 사피로, 장 아르프, 호안 미로 등의 조각품과 함께 하며 평온함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평일은 11시부터 22시까지, 주말과 휴일은 11시부터 18시까지이므로 미술관 방문 전에 운영시간 확인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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