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글로벌 축제,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걷다
어느새 글로벌 축제,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걷다
  • 데일리타임즈 백승이 기자
  • 승인 2019.11.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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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의 스트레스까지 씻어내는 흥겨운 분위기가 좋아 축제를 찾아다니다 보니 축제 전문가가 되었고, 매주 새로운 공간에서 신선한 콘텐츠로 꾸며지는 축제를 혼자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워서 ‘미쓰백의 하이 페스티벌’을 시작한다. 제주올레 걷기축제부터 부산갈맷길 국제걷기축제,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까지 11월 첫 주말을 장식한 걷기축제. ‘걷는 게 축제라고?’ 요즘 사람들 왜 걷기에 열광하는지 호기심을 품고 제주로 떠났다. 

제주 올레8코스 논짓물 종점. / 사진=백승이 기자
제주 올레 8코스 논짓물 종점. / 사진=백승이 기자

만약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서 지금 당장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라면 그저 나가서 슬슬 걸어보자. 골백번 생각하며 고민의 무게를 늘리고 나쁜 기분의 밀도를 높이는 대신에 그냥 나가서 삼십 분이라도 걷고 들어오는 거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기분 모드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_「걷는 사람, 하정우」중

2010년 시작해 올해 10회째를 맞는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제주의 자연이 가장 빛나는 계절, 가을에 열린다. 제주 올레길을 하루 한 코스씩 걸으며 문화 예술 공연과 지역 먹거리를 즐기는 이동형 축제다. 국내뿐 아니라 대만,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전 세계 1만여 명의 도보 여행자들이 참여하며 운영을 돕는 자원봉사자, 체험과 먹거리를 책임지는 지역주민들, 감동적인 공연을 펼치는 출연진이 함께하는 제주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다.

여기서 잠깐, 이제는 제주를 떠올리면 너무나 익숙한 단어 ‘올레’를 알고 있는가. 올레는 큰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집 안쪽으로 들어서며 볼 수 있는 검은빛 현무암을 쌓아 만든 돌담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바로 그 골목길이 올레다.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 만들리라’ 결심하고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은 10년째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이끌어온 (사)제주올레의 대표이기도 하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즐기면서 걸어라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약천사에서 열린 제주올레걷기축제 개막식. / 사진=제주올레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약천사에서 열린 제주올레 걷기축제 개막식. / 사진=제주올레

지난 10월 31일,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시작됐다. 축제 기간인 삼일 동안 첫날은 올레 8코스를 정방향으로, 다음 날은 9코스를 역방향으로, 마지막 날인 11월 2일에는 10코스를 정방향으로 걷는다.
1일차 오전 8시, 올레 8코스에 있는 서귀포시 대포동 약천사에서 4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2019 제주올레 걷기축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미 마니아가 된 우리나라 신청자들을 포함해 일본 규슈 올레와 미야기 올레, 대만 천릿길, 몽골 올레 등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인연을 맺은 자매의 길과 우정의 길 관계자들이 가득 메운 행사장은 매우 활기찼고, 저녁 축제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올레길을 떠나기 전 몸풀기 프로그램인 올레 댄스, 막걸리 댄스를 비롯한 축하공연으로 고조된 분위기에서 걷기에 나서기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다졌다.

8코스 논짓물 종점에는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제주 올레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사진=백승이 기자
8코스 논짓물 종점에는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제주 올레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사진=백승이 기자

8코스는 약천사를 시작으로 바다에 밀려 내려온 용암이 굳으면서 절경을 빚은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일품인 열리 해안 길을 지나 논짓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긴다는 취지답게 코스 곳곳에 자리한 건축문화해설 ‘제주의 도대불과 당’, 아코디언과 색소폰 연주, 남성중창 포레스타 앙상블 공연 등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고 중문동 새마을부녀회가 준비한 풍미 가득한 표고버섯 비빔밥과 감귤주스, 오메기떡으로 입까지 호사를 누렸다.

2일차 제주 올레9코스 시작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사진=백승이 기자
2일차 제주 올레 9코스 시작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사진=백승이 기자

2일 차도 범상치 않다. 9코스 시작점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에 색소포니스트 전현미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연주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댄스 경연 대회를 나온 마냥 무대 앞으로 나가 걷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춤을 쳤다. 등 떠밀려 나가 마지못해 춤을 추는 여느 축제와는 대조적이면서도 진정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제주까지 왔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월라봉을 오르면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 보여주고, 월라봉을 지나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볼레낭 길로 이어진다. 절벽 위의 드넓은 초원인 박수기정에서 말이 다니던 '몰질'을 따라 걸어서 논짓물에서 끝난다. 마지막 날인 3일차에는 기존 10코스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산방산 옆과 송악산을 지나 대정읍 하모까지 걷는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군, 영실계곡 뒤로 비단처럼 펼쳐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제주 올레를 걷기 위해서는 운동화 혹은 트레킹화, 가벼운 배낭과 충분한 물, 챙 달린 모자와 선글라스 등 기본적으로 야외 활동하기 좋은 복장을 챙겨야 한다. 주로 평평한 길을 걷게 되지만, 때로는 숲길도, 때로는 자갈길도 지나게 된다. 또 제주 올레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며 걸을 수 있는 제주올레 가이드북에는 각 코스에 대한 설명과 지도는 물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으니 길을 걷기 전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제주올레는 친환경 걷기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과 함께 텀블러나 컵을 가져온 참가자들에게 커피나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세계 각국에서 찾는 제주올레걷기축제 현장. / 사진=백승이 기자
세계 각국에서 찾는 제주올레 걷기축제 현장. / 사진=백승이 기자

유럽, 미국, 아시아에서 온 올레꾼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올레꾼들이 국경과 연령, 성별을 넘어서서 자연 속에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제주의 토속 음식을 함께 즐기고, 글로벌하거나 제주다운 다양한 공연과 체험을 마음껏 즐기는 축제. 해마다 외국에서 축제를 찾아오는 올레꾼들이 늘고 있고, 10년째 빠짐없이 축제를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유는 분명했다.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힐링, 함께 모인 이들과 교감하는 즐거움으로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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