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과 골드미스, 두 친구가 성수동을 거닌 날
워킹맘과 골드미스, 두 친구가 성수동을 거닌 날
  • 데일리타임즈W 김보령 기자
  • 승인 2019.12.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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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팡스, 오르에르, 더블유디에이치…성수동 아지트에 친구를 초대하다

‘워킹맘도 워라밸’? 워킹맘이 워라밸을 즐긴다니!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이다. 연재 기획명을 이렇게 지어놓고 어떤 콘텐츠로 채워야 할지 고심했다. 그 끝에 낸 나름의 결론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가끔은 아이 없이 여유를 누리며 엄마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어떨까. 세상 모든 엄마들의 워라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30대 중반 영국 런던에서 만나 친구가 된 우리는 같은 나이지만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5년이 훌쩍 넘은 사이 나는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쉬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고, 친구는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한 플로리스트로 훌륭히 자리를 잡아 진정한 골드미스의 삶을 누리고 있다. 서로의 삶이 달라지니 만나기도 쉽지가 않다. 결혼 안 한 싱글 친구는 더더욱. 그래서 워킹맘에게 소중한 평일의 휴가 날, 오랜만에 친구를 성수동 나의 아지트로 초대하기로 했다. 취향 맞는 친구와 한나절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디가 좋을까? 어수선한 ‘핫플’보다는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테디 플레이스’가 안정적이다. 누구를 데려가도 별로 실패가 없는 성수동의 믿음직한 레스토랑과 카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골랐다.

공장지대 사이 청록색 외관이 시선을 붙드는 프렌치 비스트로 '렁팡스'. / 사진=김보령 기자
공장 지대 사이 청록색 외관이 시선을 붙드는 프렌치 비스트로 '렁팡스'. / 사진=김보령 기자

오후 12시 프렌치 비스트로 ‘렁팡스’에서 점심
오늘 성수동에서의 모든 일정은 연무장길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과거 피혁 거리로 유명했던 이 길엔 성수동을 대표하는 카페, 전시장,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며 젊은이들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대림창고, 어반소스, 오르에르, 성수연방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프랑스어로 '어린 시절'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사진=김보령 기자
프랑스어로 '어린 시절'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사진=김보령 기자

그중에서도 오늘 친구를 안내할 장소들은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기준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선택한 목적지는 프렌치 비스트로 ‘렁팡스’. 낡은 공장 지대 사이에 짙은 청록색 외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프랑스어로 ‘어린 시절’을 뜻하는 이곳의 이름처럼 포근하고 안락한 실내와 마주한다. 렁팡스를 이끄는 김태민 셰프가 프렌치 요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볍게 풀어낸 음식들은 즐기기에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맛있다. 메뉴 모두 단품으로 구성해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것도 점수를 더 주고 싶은 이유이다.

렁팡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돼지 등심 구이 '본인 포크 로인'. / 사진=김보령 기자
렁팡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돼지 등심 구이 '본인 포크 로인'. / 사진=김보령 기자

친구는 렁팡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본인 포크 로인(Bone-in Pork Loin)’을, 나는 리소토와 음료가 포함된 런치 세트를 주문했다. 1만4000원에 음료까지 주는 ‘가성비 갑’ 런치 세트는 파스타, 리소토, 브런치 중 선택할 수 있다.
본인 포크 로인은 ‘겉바속촉’으로 잘 구운 돼지 등심의 적당한 육즙과 부드러운 질감이 씹을수록 입안에 가득 느껴진다. 구운 망고와 고수, 라임 조각이 곁들여지는데 이게 신의 한 수! 세 가지를 섞어 소스처럼 만들어 고기에 찍어 먹는데,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맛에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관자와 단호박을 올리고 치자로 예쁜 노란빛을 낸 리소토도 은근한 고소함과 풍미가 느껴져 만족스러웠다.
평일 점심에도 테이블이 꽉 찰 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니 예약은 필수. 런치 타임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디너 타임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이다.

오후 1시 30분 ‘오르에르’에서 커피 앤 디저트 타임
빈티지한 테이블과 의자, 꽃무늬 벽지, 조지 넬슨의 버블 램프, 찻잔과 물컵까지 둘러보면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빈티지 가구와 버블 램프로 플라워숍을 꾸민 친구의 감성과도 딱 들어맞을 것 같은 오르에르를 두 번째 장소로 선택했다.

카페 안의 테이블, 조명, 물컵 하나에도 주인장의 센스가 엿보인다. / 사진=김보령 기자
카페 안의 테이블, 조명, 물컵 하나에도 주인장의 센스가 엿보인다. / 사진=김보령 기자

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실내에 자리를 잡았지만, 사실 이곳에 올 때 나는 야외 정원을 더 좋아한다. 카페 안쪽으로 난 뒷문을 열고 나가면 초록빛의 비밀 정원이 등장한다. 햇살 좋은 날 친구와 아담한 철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늘어놓기에 참 좋다.

카페 안쪽에서 이어지는 오르에르의 아담하고 예쁜 야외 정원. / 사진=김보령 기자
카페 안쪽에서 이어지는 오르에르의 아담하고 예쁜 야외 정원. / 사진=김보령 기자

야외 정원은 날씨 좋은 날 다시 앉기로 기약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와 비 내리는 날과 어울리는 밀크티와 오르에르의 시그니처 얼그레이 케이크인 ‘오르그레이’ 한 조각을 주문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로 꽉 찼지만 시끄럽다는 느낌이 없다. 공간의 차분한 분위기에 맞춰 조용하게 흘러가는 대화 때문이다.
카페는 1, 2층으로 이뤄지며 1층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2층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층 문구덕후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디자인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 3층 오르에르 김재원 대표의 아름다운 수집품을 전시ㆍ판매하는 오르에르 아카이브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일상에 재미를 주는 유니크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더블유디에이치. / 사진=김보령 기자​
​일상에 재미를 주는 유니크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더블유디에이치. / 사진=김보령 기자​

오후 3시 ‘더블유디에이치’에서 소소하지만 알찬 리빙 쇼핑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오르에르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더블유디에이치(WxDxH)이다. 숍의 이름은 물건의 규격을 측정하는 너비, 깊이, 길이를 뜻하는 말로, 오르에르의 김재원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일상을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물건으로 채워져 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제품이 많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매장에서 보지 못한 흔하지 않은 제품이 많아 하나쯤 갖고 싶게 만든다. / 사진=김보령 기자
다른 매장에서 보지 못한 흔하지 않은 제품이 많아 하나쯤 갖고 싶게 만든다. / 사진=김보령 기자

유리컵, 커트러리, 볼펜, 클립, 나무 모빌, 테이블클로스, 비누, 칫솔, 우산, 편지지, 에코백…. 물건이 다양하고 가격대의 범위가 넓어 얇은 지갑으로도 소소한 리빙 쇼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끔 이곳에 들려 비싸진 않지만 유난히 예쁜 볼펜이나 색감이 예뻐서 집은 산양유 비누 등을 사 오곤 했다. 이날은 친구가 빈티지 화병 밑에 깔면 어울릴만한 톡톡한 질감의 테이블클로스를 구입했다.
다가오는 4시 반, 이제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반나절 친구와의 즐거운 성수동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엄마로 돌아간다. 조만간 또 만나 여고생처럼 깔깔거리며 돌아다니자고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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