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로 여유의 공간을 되찾다
‘셀프 인테리어’로 여유의 공간을 되찾다
  • 데일리타임즈W 이예림기자
  • 승인 2020.01.22 10: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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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하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운동을 하며 땀으로 진한 스트레스를 배출할 수도 있다. 그밖에 일과 일상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소소하게 퇴근 후 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혼술, 혼밥, 혼영…. 요새 혼자 하는 게 유행이라는데? 평소 혼자 얕고 넓게 배우기 좋아하는 이 과장이 퇴근 후 취미 탐색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연말이 되니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신년 계획을 세운다거나 주위 정리를 하거나. 수많은 짐들로 여유라곤 1도 없이 빽빽이 채워진 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갑갑해 온다. 업무 후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안정감이 아니라 혼란스럽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 위해 우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싹 다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문제는 머니, 가진 건 자체 노동력뿐. 셀프 인테리어로 이 사태를 위안 삼고자 한다. 그러면 조금 더 가벼운 2020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1단계 버리기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최소한의 필요 물품만을 가지고 생활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반면, 내 삶은 요즘 트렌드에 제대로 반(反) 하고 있다. 청소해도 버리는 게 없으니 짐의 양은 줄질 않았다. 바닥에는 읽다 만 책들이 젠가처럼 위태롭게 쌓여 있고, 언젠가부터 고목처럼 방 한구석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장 밑바닥에는 먼지가 소복소복하게 쌓여 날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추억이라는 훈장을 달아주고, 목숨을 보전해줬던 것들에 대한 진정한 척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미니멀리즘에 반(反) 하고 있는 방 / 사진=이예림기자​
​미니멀리즘에 반(反)하는 방. / 사진=이예림기자​

 

‘언젠간 입지 않을까?’ ‘한 번쯤 읽지 않을까?’ 했던 물건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귀퉁이가 너덜너덜해져 고서같이 변한 학생생활기록부까지 생존 신고를 했다. 지금의 키와 몸무게가 중학생 때 완성된 거라니 새삼 신기했다. 중학생 때는 다이어리를 꾸미는 게 유행이었다. 당시 ‘H.O.T’ 왕 팬이었던 나와 친구들은 서로를 우혁 부인, 토니 부인이라고 칭송해주며 H.O.T 스티커와 사진으로 다이어리를 도배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돈독하게 쌓아갔다. 추억이라는 미명 하에 이렇게 한 번씩 대청소할 때를 제외하곤 생전 빛을 보지 못했던 물건들이지만 오랜만에 읽으니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에 한발 가까워지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2단계 콘셉트 정하기
콘셉트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방이지만 원룸을 꾸민다는 마음으로 벽을 칠하고, 방 안에 있는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기로 했다. 종이에 가구 배치도를 러프하게 그려 봐도 좋지만, 좀 더 상세하게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을 때 애용하는 웹사이트 플로 플래너(Floor Planner)에 접속했다. 플로 플래너를 이용하면 방 크기에 맞게 도면을 그리고 바닥재, 벽면 색상, 가구, 소품 등을 배치해볼 수 있다. 3D 모드를 선택하면 입체적인 도면 확인도 가능하다. 색상 고유 코드를 검색해서 실제로 벽면에 페인트를 칠했을 때 어떤 이미지로 반영이 될지 바로 확인이 되니,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고민할 일이 줄어든다. 그렇게 큰 계획을 잡았다.

플로 플래너(Floor Planner)를 이용해 꾸며본 방 콘셉트. / 사진=이예림 기자
플로 플래너(Floor Planner)를 이용해 꾸며본 방 콘셉트. / 사진=이예림 기자

 

3단계 셀프 페인팅
낡고, 누렇게 바랜 벽을 덮어 색다른 분위기로 변신을 꾀하고 싶었다. 도배는 비싸기도 하고, 재주도 없으니 셀프 벽지 페인팅을 하기로 한다. 보통은 무난하게 화이트나 파스텔 계열의 색상으로 벽을 칠하지만, 이번엔 좀 독특한 분위기로 연출하고 싶은 도전정신이 들었다. 어떤 색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니 머리가 아프다. 화이트면 화이트지 쿨톤, 웜톤, 무슨 종류가 이렇게 많은 건가.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참 고난이다. 페인트 매장에 가서 직접 컬러 칩을 보면서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온라인 주문을 하기로 했다. 온라인 주문은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 이틀이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역시 배송 강국 대한민국이다. 페인트 종류도 던 에드워드, 아이 사랑 등 다양한 친환경 페인트가 있으나 가성비가 만족스러웠던 팬톤 페인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팬톤 공식몰에 가면 웹상에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데 종류가 수천 가지 넘으니 벽 페인팅이 처음이라면 무난한 화이트 계열 색상을 추천한다. 이번에 선택한 벽 컬러는 토스티드 너트라는 브라운 베이지 계열이다. 색상이 참 독특한데 주문하고 보니 잘 선택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칠하면 되겠지’하고 우선 지르고 봤다.

황톳빛이 영롱하다. /  사진=이예림 기자
황톳빛이 영롱하다. / 사진=이예림 기자

 

먼저 깔끔한 마감을 위해 벽과 바닥 사이에 붙은 걸레받이 테이프, 일명 ‘굽도리’를 제거해줬다. 벽에 무참히 박힌 콘크리트 못들을 장도리로 빼고 메꾸미로 구멍을 메웠다. 페인트가 바닥에 흐르지 않게 보양 작업을 꼼꼼히 하니 셀프 페인팅 1단계가 완성됐다. 드디어 페인트 뚜껑을 열었다. 진한 황톳빛 컬러가 영롱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온 가족이 깜짝 놀랐다. 나도 놀랐지만 애써 담담한 척했다. ‘에이 바르면 괜찮겠지, 뭐’ 버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롤러에 페인트를 흠뻑 묻혀 용감하게 벽에 발랐다. 순간 마음이 슬퍼 왔다. 제일 큰 문제는 컬러가 아니었다. 광도였다. 주문할 때 정신줄을 놓았던 건지 착각을 한 건지 무광을 선택했어야 하는데 저광으로 잘못 주문했던 것이다. 벽이 뽀송뽀송하지 않고, 반들반들해져서 머드팩을 손으로 발라 놓은 것만 같았다. 딸내미의 셀프 개고생에 일손을 도와주시던 아빠는 “보일러 올려놓고 계란 까먹으면 딱 찜질방이다”라고 한마디 던지시곤 묵묵히 페인트칠을 하셨다. “찜질방이 뭐냐! 감성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대로하던 나는 “이국적인 이집트에 온 것 같지 않아?”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댔다.

찜질방 제국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 사진=이예림 기자 
찜질방 제국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 사진=이예림 기자 

 

이과장의 실패하지 않는 셀프 페인팅 노하우 
-초보라면 무난한 화이트 계열의 색상으로!
-스펀지 패드를 사용하면 붓 자국 없이 쉽고 빠르게 벽면 페인팅이 가능하다.
-은은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꼭! 무광 페인트를 사용하자.

 

4단계 가구 배치
페인팅이 끝나고, 집에 나뒹굴던 굽도리 여분으로 걸레받이를 돌려줬다. 얼른 가구를 놓아 조금이라도 진한 황톳빛 벽을 가리고 싶었다. 애초에 가구도 깔끔하게 청산하고 벽 색상에 맞춰 월넛 톤의 가구를 들이고 싶었지만 이쁜 것들은 으레 비싸다. 가난한 주머니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사용하던 제품으로 배치만 바꾸려니 원하던 분위기가 나질 않았다. 우선 플로 플래너를 통해 계획했던 대로 동떨어져 보이는 화이트&블랙의 큰 책장은 다른 방으로 유배 보내고, 인터넷 손품을 열심히 팔아 발견한 가성비 좋은 작은 책장을 들였다. 플랩장 형태로 표지가 이쁜 책이나 잡지를 전면에 전시할 수 있다. 그리고 책상의 위치를 바꾸고 얼마 전 큰마음 먹고 구매한 데스크톱을 올리며 선 정리도 말끔히 해줬다. 남동생 도움 없이 컴퓨터를 연결하니 뿌듯했다. 

걸레받이 테이프(굽도리)를 이용하면 쉽게 걸레받이를 붙일 수 있다. / 사진=이예림 기자 
걸레받이 테이프(굽도리)를 이용하면 쉽게 걸레받이를 붙일 수 있다. / 사진=이예림 기자 

 

5단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포인트

셀프 인테리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포인트 중 하나가 패브릭이라고 생각한다. 방과 벽의 큰 면적을 차지하는 침구나 커튼 컬러만 잘 맞춰도 분위기가 한결 살아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기본 컬러가 브라운 베이지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했고, 화려한 패턴보다는 무지로 깔끔하게 침구를 정리했다. 밋밋해 보일까 싶어 포인트 베개 커버는 집에서 나뒹굴던 자투리 천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보기 위해 커다란 등 쿠션도 구매했다. 편안하게 앉아서 휴대폰도 볼 수 있어 집순이 생활에 최적화된 침실 아이템 같아 상당히 만족스럽다. 

베이직한 침구와 몬스테라로 완성한 침실 인테리어. / 사진=이예림기자
베이직한 침구와 몬스테라로 완성한 침실 인테리어. / 사진=이예림기자


잿빛에는 푸르름이 필요하다. 허전한 마음에 동네 꽃집에 달려가 몬스테라 화분을 만원에 사왔다. 인터넷으로 구매해도 가격이 기본 2만원은 하던데 득템한 기분이다. 해초 화분을 사다가 플라스틱 화분을 가려주니 ‘플랜테리어’ 효과도 난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나 같은 식물 살인마에게 식물은 사치지만, 몬스테라는 욕심내 볼 만하다. 물은 일주일에 한 번만 줘도 되고, 햇빛을 많이 받지 않아도 아주 잘 자란다. 잎대를 잘라 물에 꽂아놔도 수경식물 과라 싱싱함이 오래간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널찍널찍한 몬스테라 잎 중 하나를 잘라 이쁜 유리병에 꽂아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진정한 만원의 행복이다. 

만원으로 동네에서 득템한 몬스테라 화분. 플랜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사진=이예림기자
만원으로 동네에서 득템한 몬스테라 화분. 플랜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사진=이예림기자

 

매년 벽 한편에 콘크리트 못에 달려 덜렁거리던 달력을 떼서 던져버렸다. 더 이상 은행에서 나눠주는 커다랗고 촌스러운 달력은 걸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벽은 깔끔하게 유지하고, 여행에서 사 온 피카소 작품 엽서를 포인트로 붙여줬다. 명화 엽서나 빈티지 영문 레터링 종이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장판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러그 제품을 활용해도 좋은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온수 매트를 사용하는 겨울철 밤에는 난방비를 줄이고자 아침마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차가운 방바닥 냉기에 소름이 돋았었다. 인테리어 겸 침대 옆에 러그를 깔아주니 보들보들한 감촉이 매우 좋다. 반려견 또치도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던지 몸을 비비며 러그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췄다. 

 

쓰레기를 버리니 공간이 생겨났다
요즘 핫한 탑골 연예인 양준일이 언론사 인터뷰 중 했던 말이 떠올랐다. “머릿속 쓰레기를 버리니 공간이 생겨났다.” 방을 정리하니 내가 이렇게 많은 짐을 끌어안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불필요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아깝다고, 다 쓸 만하다며 쟁여놨던 물건들이 100리터 종량제 봉투에 담길 때면 속이 시원했다. 그간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뒀던 첫사랑의 흔적들을 파쇄기로 갈아버릴 땐 심지어 쾌감까지 밀려왔다. 방 정리 후 나는 집순이가 됐다. 퇴근하면 어김없이 집에 달려가서 옷을 갈아입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밤에는 캔들 워머를 켜놓고, 안 읽고 쌓아두던 책을 읽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한다. 필요 없는 것들에 안녕을 고하니 공간이 생겨났다. 덕분에 여유가 생겼고 정돈이 된 느낌이다. 올해는 비워진 공간에 무엇이 채워질까? 여유와 안정이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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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맨 2020-01-21 10:07:00
책 갈매기의 꿈이 인상 깊네요ㅎㅎ